NEW 84학번 김형준
김형준
제품 디자이너
삼성전자 생활가전, 수석 디자이너
모처에서 전 BMW CDO 크리스뱅글(좌), 쥬라기공원 CG를 총괄했던 前드림웍스 아트디렉터 존벨(우)과 함께.
프로필
국민대학교 공업디자인학과 84학번으로 입학
DOMUS 아카데미 수료
현 삼성전자 생활가전 디자인, 수석 디자이너
Q. 선배님에 대한 소개를 해주세요.
몸을 억압하던 코르셋을 여성으로부터 벗겨내고 바지를 입히는 등, 디자인으로서 여성의 활동영역을 재창조하는 계기를 만들어 나간 코코샤넬은 디자이너가 아니라 혁명가 같다는 생각을 늘 했습니다.
그렇게 ‘디자인은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고 있는 공업디자인과 84학번 김형준 입니다.
현재 저는 삼성전자 생활가전 디자인그룹에서 수석디자이너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에어컨, 세탁기, 청소기 등 리빙 스페이스에서 사용되는 전자제품의 디자인 라인업을 책임지고 있습니다. 벌써 이 분야에 몸담은 지도 20년이 넘고 있으니, 학교를 졸업하고 제 인생을 모두 담아두고 있는 곳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Q. '디자이너'라는 꿈을 키우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나요?
고3, 1학기가 끝날 무렵, 람보르기니 미우라를 직접 보게 되었습니다. 새로운 세상을 봤지요.
'자동차가 아름답다니...'
저렇게 아름다운 것을 누가 만들어 내는 것 일까? 하는 궁금증과, 내가 해보고 싶다는 욕구가 일어났고
모교의 공업디자인 학과 라는 곳을 알게 되어, 그 꿈을 실현하는 길로 들어섰습니다. (나중에 자동차가 아닌 제품디자인으로 전향 했습니다만)
Q. 디자인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욕심을 부리지 않고 담담하게 풀어나가는 것입니다.
디자이너들은 개성이 강한 성향을 가지고 있고 디자인에 그 성향이 반영됩니다. 창조적이고 혁신적인 디자인을 하려다보니 힘이 들어가게 되는 거지요.
모든 지식과 의견과 정보를 종합해서 디자인의 결과물을 바라보고, 방향이 어긋났다면 힘들게 진행해오던 디자인 작업을 과감히 버릴 수 있는 ‘담담함’, 그것이 필요합니다.
뜨거운 물이 남아있는 잔에 찬물을 채워도 물은 차가워지지 않습니다.
Q. 보통 작업의 영감은 어디에서 얻는지 궁금합니다.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자신만의 방법이 있나요?
다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근본부터 다시 캐고 들어 갑니다. 아주 간단하지만 숨겨진 욕망을 봐야 하는 것이지요. 사용자들은 본인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를 때가 많습니다.
디자이너는 그것을 찾아서 가시화 시켜주는 아주 특별한 능력자들이지요. 하지만 그것을 찾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영감을 얻고자 하는 타깃에 대해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과 많은 이야기를 하고, 감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되는 장소는 세계 어디라도 찾아갑니다. 행복한 고통의 연속 이지요.
Q. 국민대학교 공업디자인학과 학생들에게 학생들에게 한마디 해주신다면요?
폭넓은 사람이 되십시오. 아는 만큼 보이고, 볼 수 있는 만큼 디자인을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늘 새로운 세상을 꿈꾸세요. 이 세상이야, 모든 분야의 사람들이 같이 만들어 나가는 것이지만, 어떻게 만들어 갈 수 있는지 보여줄 수 있는 사람들은 디자이너들이니까요.
Q. 작업한 작품 중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과 그에 대한 이야기를 소개해주세요.
우선 첫 번째로 2008년에 디자인한 ‘에코버블 드럼세탁기’가 기억에 남네요. 당시 삼성전자 드럼세탁기는 미국시장은 진입조차 하지 못한 곳이었습니다. 하지만 제품 출시 1년 정도 후, M/S 1위까지 올라가는 기염을 토했었습니다.
이유는 디자인의 차별화였습니다. 이로 인해 회사에서도 제법 큰 포상을 받기도 했었네요.
두 번째 기억에 남는 작품은1997년에 디자인했던 모션씽크 청소기입니다.
그 당시 필요했던 것은 당사 제품 이미지를 끌어 올릴 수 있는 ‘혁신적인 청소기 디자인’ 이었고, 이를 위해 제가 진행하는 동일한 프로젝트를, 당시 세계디자인을 주름잡던 일본의 모 디자인전문업체와 경합 디자인을 진행했습니다.
결국 제가 진행했던 디자인이 채택되어 양산되고, 아시아 최초로 청소기로서는 IF디자인 및 다수의 디자인 어워드에 수상 되었으며, 당시 청소기의 본가라고 자부하던 필립스에서 카피 디자인이 나오는 등, 제게 디자이너로서 많은 자부심과 보람을 느끼게 한 작품이었습니다.
다음은 최근 진행하여 세계시장에 출시된 드럼세탁기, 스탠드형 에어컨, 청소기입니다.
보신적이 있으신지요?
심플한 라인과 최소화된 요소로 호평 받고 있는 에코버블 드럼세탁기
[작품 1] 심플한 라인과 최소화된 요소로 호평 받고 있는 에코버블 드럼세탁기
: 굴절 및 반사 등 광학현상을 이용해 도금 없이도, 메탈효과를 주는 도어디자인을 채용해서 깨끗한 이미지를 극대화 시킨 디자인
[작품 2] 장식적인 요소를 모두 배제하고 바람이라는 모티브를 형상화하여 직관성을 높인 에어컨
: 리빙 스페이스 안에서 하나의 가구처럼, 존재감을 드러내지 말자는 독특한 컨셉
[작품 3] 자동차와 비슷한 구성요소와 운동역학 등을 결합하여 디자인된 모션싱크 청소기
: 경주용 휠체어에서 영감을 받아 작업의 컨셉을 확정하였으며, 세계에서 가장 잘 움직이면서도 안정성을 가질 수 있게 디자인
위 세가지 제품에는 겉으론 드러나지 않지만, 제품들에 디자인 철학이 담겨 있습니다 많은 회사들이 외관디자인을 좋게 보이게 하려고 도장과 도금 등, 환경과 친화적이지 못한 공법들을 도입하고 있습니다. 그것을 안 쓰고도 고급스러움을 주기는 어려우니 당연하다는 듯이 쓰고 있는 겁니다.
위에 소개 드리는 세가지 제품에는 도금과 도장 등 후가공 처리를 하지 않도록, 처음부터 ‘친환경’이란 컨셉을 가지고 디자인 진행된 제품들입니다.
미적인 형상 뿐만 아니라, ‘환경’이라는 사회적인 문제에도 책임감을 가지며, 디자인 작업을 한다는 것은, 디자이너인 저로서 너무도 보람되는 일입니다.